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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한 생일 축하 / 장시하

그대는 모르리 2007. 6. 30. 16:37

 


 
  

 
 
몰래한 생일 축하
 
 
 
詩장시하
 
 
 
 
당신의 가장 소중한 날입니다
 
 
제과점에 들러
 
 
하트 모양의 생크림 케이크도
 
 
한 개 사고
 
 
꽃집에서 싱싱한 장미
 
 
서른두 송이에 배경 예쁘라고
 
 
안개꽃도 뒤에 깔아 보았습니다
 
 
 
 
모처럼의 시내 풍경이
 
 
약간은 낯설었지만
 
 
누가 보아도 사랑하는 연인을
 
 
축하해 주러 가는 모습으로
 
 
보이려고 사뭇 긴장한 채
 
 
거리에 휩쓸려 보았습니다
 
 
 
 
뚝섬 유람선 선착장 앞
 
 
흐르는 강물 바라보며
 
 
케이크에 서른두 개의 촛불을 꽂고
 
 
하나 하나 불을 붙였습니다
 
 
생일 축하 노래도
 
 
남이 있건 말건 정성껏 불렀습니다
 
 
어둠 속에 빛나는 케이크 위의 촛불이
 
 
도시의 어느 불빛보다 환해 보였습니다
 
 
 
 
당신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미안해
 
 
생일 케이크 하나
 
 
꽃 한 송이 전해주지 못해
 
 
......안녕.
 
 
 
 
서른두 송이의 장미와
 
 
안개꽃이 강물에 피어났습니다
 
 
케이크의 촛불이 꺼지고
 
 
비둘기의 만찬이 화려했습니다
 
 
사랑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몰래 축하해 주는 것입니다
 
 
 
 
 
장시하 실화시집
벙어리새가 되어
사랑을 사랑이라 말할 수 없네
태동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