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유혹/박미림
이제 곧 봄이 오면
서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은
차분하게 제 흔적들을 쓸어 모으겠지
그럼 난, 헤진 몸을 이끌고
사람들이 다 쓸어모으지 못한 것을
챙기기 위해 어슬렁거리며
겨울 한때 하얗게 뒤덮었던
그 산길을 오르기 위해
먼지 수북하게 내려앉은
해묵은 등산화를 툭툭 털고 있겠지
오르막길을 숨차게 올라서서
단 한번도 정상에서
내리막길을 바라보며
괜찮다고 난 괜찮다고
오랜 슬픔 위로하지 못했는데
이 봄날에는
욕심내어도 좋을 따뜻한 인연
오래도록 이름 부르며
봄꽃나무 바람에 흔들리면
나도 덩달아 살짝
그 유혹에 흔들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