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방 ♣

나는 가끔

그대는 모르리 2009. 11. 27. 09:57

 

 

꿈일기 1 / 이해인

 

 

나는 가끔

꿈길에서

어린 소녀가 된다

 

낯설면서도 낯익은

또 하나의 나를 본다

 

엄마가 지어준

노란 원피스를 입고

나비처럼 춤을 추거나

엄마가 수 놓아준

푸른 헝겊 가방에

책과 공책을 잔뜩 넣고

학교 길을 걸으며

지각할까 마음 조이는

콩새 가슴의 학생이 된다

 

얘, 넌 이 다음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내게 묻는 나무들에게

아직은 몰라, 천천히 생각해야 돼

새침을 떨며 조용히 걸어가는 나

 

아직 어른으로 깨어나지 못하고

꿈속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어린 날의 추억과 뒹구는

작은 인형이 된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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