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닷바람을 품어야 하는 진달래였는지 꽃잎들이 조금 작았지만, 선명한 꽃잎과 꽃술들이 우리들을 반기고 있었어요. |
ⓒ 서종규 |
꽃을 보는 눈은 여러 가지가 있겠죠. 산이나 들에 가득 활짝 핀 꽃들을 좋아하는 눈이 있고, 시들어 떨어진 꽃을 바라보는 눈도 있고, 피기 전 꽃망울 진 모습을 좋아하는 눈도 있고요. 한데 꽃 중에서 가장 일찍 핀 꽃 몇 송이가 가장 정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뉴스에서도 보름 정도는 일찍 꽃소식을 전하곤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일찍 핀 꽃들을 오마이뉴스에 올린 기억이 새롭구요. 1월에 제주도 유채꽃을 올렸고, 2월 말에 홍매화를 올렸거든요. 그렇지만 아직도 남녘의 매화가 꽃망울들만 가득하여 피어날 줄 모르고 있어요.
봄꽃 중에서 없었다면 너무 서운한 진달래도 전국 온 산에 꽃이 피어나려면 한참이나 남았을 거예요. 그런데 사량도 지리산에 오르기 시작하는 길목에 진달래 나무에 꽃망울이 맺혀 있는 것이 보이더라구요. 계속 산에 오르는데 꽃잎이 벌어져 있는 나무도 있고, 몇 송이씩 활짝 꽃이 피어 있는 나무도 있었어요.
▲ 봄꽃 중에서 없었다면 너무 서운한 진달래도 전국 온 산에 꽃이 피어나려면 한 참이나 남았을 것예요. |
ⓒ 서종규 |
바위가 험한 능선 곳곳에 눈 가득 들어오는 진달래가 너무 붉었답니다. 아직은 산 전체가 붉은 진달래로 뒤덮인 것은 아닙니다. 약 10% 정도의 진달래만 피었다고 느끼시면 될 것 같아요. 바닷바람을 품어야 하는 진달래였는지 꽃잎들이 조금 작았지만, 선명한 꽃잎과 꽃술들이 우리들을 반기고 있었어요.
등산하는 사람들이 꿈의 산행으로 추천하는 곳이 경남 사량도입니다. 한려수도 뱃길위에 떠있는 환상의 섬 사량도는 지도상으로는 통영 앞바다에 상도와 하도로 표기되어 있는데, 상도의 중앙을 길게 가로지는 산줄기를 따라 지리산, 불모산, 가마봉,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8km의 등산코스가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인 기암절벽과 수직 바위들이 발 아래 푸른 바닷물과 어우러진 환상의 등산코스입니다.
▲ 끝없이 이어지는 좁은 바윗길과 절벽, 줄을 잡고 오르는 길과 내리는 길, 설악산 공룡능선을 타고 오르는 것보다 더 아찔한 순간들 |
ⓒ 서종규 |
3월 11일(토) 아침 6시30분, 산을 좋아하는 '풀꽃카페 토요산행팀' 70명이 전세버스 2대에 나누어 타고 광주를 출발했습니다. 대부분 처음 가보는 섬과 산이라 들뜬 마음들이 차를 가볍게 했나봐요. 특히 부부동반으로 참석한 사람들이 많아서 화목한 분위기였습니다.
9시30분, 사천시 삼천포유람선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출발했습니다. 사량도를 가는 배는 통영 도산면 가오치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배와, 삼천포유람선을 타고 출발하는 배가 있습니다. 단체로 산행하는 팀은 삼천포유람선에 예약을 하면 적당한 시간에 배를 탈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전국적으로 내려진 황사주의보 때문에 푸른 바다는 뿌연 안개 속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유람선 선장님의 매혹적인 사량도 안내를 뒤로하고 날아드는 갈매기를 찍으려고 연신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그런데 남 선배가 "오마이 서 기자, 빨리 와봐"하고 외칩니다. 급히 달려갔습니다.
▲ 한려수도 뱃길위에 떠있는 환상의 섬 사량도 |
ⓒ 서종규 |
갈매기가 날아드는 고물엔 아쉬움만 남았습니다. 남 선배는 배의 고물에 앉아 있었는데 돌고래 한 마리가 물위로 솟구쳐 날아 올랐다는 것입니다. 고물엔 배가 그려내고 있는 물살만 가득했습니다. 다시 날아 오를 것 같은 돌고래는 영영 나타나지 않고 말입니다.
10시10분, 사량도 내지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학교 옆을 돌아 지리망산 종주를 시작하는 곳엔 우리팀 70여 명을 비롯하여 전국 각지에서 찾은 등산객이 줄을 서고 있습니다. 한려수도 사량도에서 봄을 맞으려는 설렘이 가득한 모습이었습니다.
사량도 주 능선엔 지리산을 조망한다는 지리망산(398m)이 있습니다. 저 아래 바다도 잘 보이지 않는 황사 속에서 지리산을 바라본다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겠지요. 맑은 날 지리산을 바라 볼 수 있다면 푸른 바다 위에 큰 배와 같이 떠 있는 산에서 신선이 되겠지요.
지리산을 오르는 길엔 노란 생강나무 꽃이 봄을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생강나무, 산수유꽃처럼 노랗게 피는 꽃이 유독 봄의 따뜻함을 전해주는 꽃, 꿈 많은 고교시절 애틋하고 순박한 사랑을 전해 들었던 김유정의 <동백꽃>에서 마지막 노란 꽃 속에 푹 파묻혀 버린 꽃이 바로 생강나무 꽃입니다.
▲ 김유정의 <동백꽃>에서 마지막 노란 꽃 속에 푹 파묻혀 버린 꽃이 바로 생강나무 꽃입니다. |
ⓒ 서종규 |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둥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 김유정 소설 <동백꽃> 중에서
길을 오르는데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이 피어 있었어요. 땅에 딱 붙어서 꽃대만 올라와 있는 꽃, 여덟 개의 꽃잎이 코스모스처럼 둥글게 붙어 있고, 전체 꽃 지름은 1cm 정도밖에 되지 않은 가냘픈 꽃이라니. 땅에 엎드려 셔터를 눌렀습니다.
집에 돌아와 나무와 꽃을 많이 좋아하는 친구 정숙에게 메일로 보냈지요. 꽃 이름을 알려 주라고. '노루귀'래요. 꽃이 피고 잎이 나는데, 꽃 옆에 노루귀처럼 잎이 올라오고 있지 않느냐고. 정말 사진엔 꽃잎 옆에 하얀 털이 수북한 노루귀 모양의 무엇이 솟아오르고 있었어요.
▲ “노루귀”래요. 꽃이 피고 잎이 나는데, 꽃 왼쪽 가까이에 털이 가득하여 노루귀 같이 생긴 것이 올라오는 잎이래요. |
ⓒ 서종규 |
3km 정도의 지리망산 오르는 길은 바윗길이었습니다. 바위 사이에 핀 붉은 진달래들이 봄을 알려주고 있었구요. 황사로 가려진 푸른 바다엔 흰 물살을 만들며 지나가는 뱃길이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 구름처럼 만들어지고 있었지요.
그러한 상황에서도 바다에서 올라오는 안개가 우리의 길을 덮었습니다. 안개가 아니라 구름이겠지요. 지리산 어느 능선을 타고 지나가다 만났던 그 구름들이, 바로 사량도 지리망산을 덮으니 더욱 그리워지는 지리산인 것을.
▲ 지리산 어느 능선을 타고 지나가다 만났던 그 구름들이, 바로 사량도 지리망산을 덮으니 더욱 그리워지는 지리산인 것을. |
ⓒ 서종규 |
12시, 지리망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커다란 배가 있다면, 그 배 가장 높은 곳에서 출렁이는 바다를 바라보겠지요. 사량도가 거대한 배인 것 같았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아니었다면 지리산 정상에 앉아 멀리 지리산을 바라보고 싶었답니다. 정상에서 내려갔습니다. 적당한 곳을 골라 점심을 먹어야 하기에.
지리산에서 불모산(399m), 달바위(400m), 가마봉, 연지봉, 옥녀봉(281m)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유격훈련을 방불케 하는 험한 바위코스들이 연이어 계속되었습니다. 전해 들었던 꿈의 산행길이란 바로 이 바윗길을 말했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산행을 많이 하지 않은 사람들은 무척이나 힘들었을 코스였습니다.
▲ 사량도엔 줄을 잡고 올라야 하는 바위 봉우리들이 많았답니다. |
ⓒ 서종규 |
끝없이 이어지는 좁은 바윗길과 절벽, 줄을 잡고 오르는 길과 내리는 길, 설악산 공룡능선을 타고 오르는 것보다 더 아찔한 순간들, 사실 동료 한 분은 절벽에서 가장자리 흙을 밟는 바람에 아래로 굴렀고, 또 옥녀봉 가는 길목의 절벽에서 줄을 잡고 내려가던 사람이 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답니다. 다행히 두 사람 다 큰 부상은 당하지 않았지만.
위험한 능선엔 우회로를 많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위험 안내표지판도 설치되어 있었답니다. 많은 밧줄과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었구요. 그래도 산악등반의 재미 때문에 위험한 봉우리를 넘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에겐 이러한 안전 시설들이 아직도 미흡하였습니다.
▲ 줄사다리에 줄까지 잡고 오르내려 오른 옥녀봉 오르는 길 또한 험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
ⓒ 서종규 |
줄사다리에 줄까지 잡고 오르내려 오른 옥녀봉 오르는 길 또한 험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옥녀봉엔 돌무더기가 쌓여 있었는데, 석재나 철 안내판을 설치하면 안 된다는 마을사람들의 뜻에 따라 조그마한 플라스틱에 옥녀봉이라는 표식만 있었답니다.
욕정을 못이긴 홀아비 아버지를 피해 이 옥녀봉을 올라선 미모의 딸은 인륜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것으로, 그녀의 흘린 피가 아직도 다 씻기지 않아 지금도 비만 내리면 바위에서 붉은 물이 흐른다고 전하는 슬픈 전설을 간직한 옥녀봉이 험한 바위산의 절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오후 4시, 대항선착장에서 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갈매기들 뒤따르기 시작합니다. 황사로 가려진 산 정상의 모습은 흐릿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처음에 가볍게 알고 출발하였던 사량도 지리망산의 능선들이 멀리 출렁이는 바다에 가려집니다. 대신 자연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위대한 가르침을 갈매기들이 계속 물고 옵니다.
▲ 가마봉에서 내려다 본 대항해수욕장엔 푸른 물결과 양식장의 부표가 어우러진 환상의 세계 |
ⓒ 서종규 |
에 `긍 `
사진찍어 올린 대발이님 수고하셨어요...감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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