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악산 대청봉 넘어 천불동계곡으로 (2006.10.07)
추석날 밤 10시 반에 양재를 떠난 산행버스는 새벽 1시에 내설악 휴게소에 잠시 멈춘 후
한계령에서 서북능선으로 오르는 산행팀을 내려주고 오색에 도착하여
잠을 설치며 온 일행은 남석악매표소를 2시 10분에 진입하며 산행을 시작했다.
돌계단, 나무계단, 철계단으로 이루어진 거의 직선의 급경사를
한걸음 한걸음 1시간 30분을 오르니 설악폭포 물소리가 들린다.
하늘을 보니 나무 사이로 둥근 달이 보였다.
보름달이 비춰주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달과 동행하기로 하고 헤드랜턴을 벗었다.
대청에서 6시 지나야 일출이 있다기에 속도를 조절하며 보름달과 얘기하며 천천히 오른다.
5시 30분경 대청에 오르니 일출 직전의 바람이 세다.
파카를 꺼내 입어도 춥다.
6시 가까이 되니 낙산 방향 바다 너머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한다.
아침햇빛을 받아서인지 서편하늘로 가고 있는 달도 붉은색을 띤다.
6시 24분 드디어 구름 위로 해가 얼굴을 보이기 시작한다.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붉은 기운을 토해내며 올라온 해는
오늘 하루도 설악의 비경을 비춰 출 것이다.
중청봉에도 아침햇살이 비친다.
지난주에 절정이었다는 단풍도 다 잎을 떨구어 버렸다.
중청산장에 내려와서 좀 더 밝아진 봉우리들을 둘러 본다.
소청을 지나 급경사 길을 내려오며 공룡능선을 바라본다.
왼편으로는 재미 있는 모습의 바위들이 열심히 능선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더러 남아 있는 붉은색의 단풍이 암봉을 배경에 두니 더욱 멋있다.
희운각 북쪽의 바위봉우리도 단풍이 거의다 진 상태다.
희운각대피소에서 도시락을 먹은 후 무너미고개 갈림길에서
공룡능선을 타고 싶은 맘을 억제하고 천불동계곡으로 방향을 잡는다.
서서히 단풍이 그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금년의 단풍이 유난히 색이 곱다고 하던데 정말 그 화려함에 감탄사 연발이다.
희운각대피소에서 3~40분쯤 내려오니 본격적으로 계곡이 시작된다.
천개의 불상이 늘어선 듯하여 천불동이라 이름붙였다는데
그 기암 봉우리들을 아름다운 단풍이 치장을 하고 있다.
파란 가을하늘과 기암들, 그 바위틈에서 자라는 나무들과 원색의 단풍,
인간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그저 넋을 잃고 만다.
무슨 말로 저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차라리 가슴 벅찬 침묵으로 이 자리에 있음을 감사할 뿐이다.
천불동계곡을 중간 쯤 내려오니 이제 단풍의 모습이 뜸해진다.
계곡의 소가 이룬 명경지수에 땀에 절은 몸을 담그고 싶어진다.
드디어 비선대가 보인다.
금강굴과 철계단을 오르는 사람들도 보인다.
금강굴을 오를 시간 여유는 있지만 엄두가 나질 않는다.
설악동 공원입구까지 아직 1시간은 더 가야 하지만
비선대휴게소에서 음료수, 아이스크림으로 휴식을 취하며
11시간 가까이 무사히 걸어올 수 있었던 육체에 감사를 느낀다.
비선대 옆 봉우리를 올려보니 개미처럼 암벽을 타는 이들이 매달려 있다.
신흥사 가는 중간 왼편 계곡 자갈밭에 우뚝 서있는 몇그루 소나무가 신기하다.
대청봉을 넘어 천불동계곡에서 펼쳐지고 있는 가을대향연 속을 지나
지친 다리를 끌고 내려오는 중생을 통일대불이 온화한 미소로 내려 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