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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기구한 운명의청와대 미남부처님 의진실

그대는 모르리 2008. 5. 17. 20:37
부처님 오신 날 특집>일반인은 못보는 ‘청와대 美男佛’ 이야기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 경내에는 잘생긴 불상 하나가 서있다. 보안구역에 위치해 있어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이 불상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24호 '석조여래좌상(石造如來坐像)'이다. 130㎝ 높이의 이 불상은 8세기 중엽 통일신라시대 작품으로, 1912년 타의에 의해 고향인 경주를 등졌다. 올해로 벌써 96년, 거의 한세기동안 외지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불상은 새정부에서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 한세기 동안 외지 헤맨 기구한 운명 = 이 불상의 '외지 인생'은 '미남불'이라고 불릴 정도로 잘 생긴 용모 때문이었다. 조선고적도보(朝鮮古跡圖譜) 제5책(1917)에 따르면 1912년 당시 조선총독이었던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는 석굴암을 서울로 옮기려다가 실패한 뒤 이 불상에 눈독을 들였다. 불상은 왼쪽 어깨에만 법의를 걸친 '우견편단(右肩偏袒)'에, 부처가 깨달음을 얻는 순간의 자세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오른쪽은 무릎위에 왼쪽은 땅을 가리키는 손의 모습)'의 모습을 하고 있다. 데라우치가 이 불상을 일본으로 밀반출하려고 항구까지 싣고 갔다가, 갑자기 불어닥친 풍랑 때문에 막판에 포기했다는 소문이 회자되기도 했다.

일본행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이 때부터 불상의 기구한 세월이 시작됐다. 데라우치는 불상을 일본으로 가져가는 대신 서울 남산 총독관저 왜성대(옛 남산 안기부 자리)로 옮겨놓았다. 1939년 불상은 총독관저가 북악산 아래로 이사하면서 함께 옮겨졌다. 이후 총독관저가 경무대, 청와대로 바뀌는 과정을 한자리에서 지켜봤다. 1989년 대통령 관저가 신축되면서 불상은 북악산 방향 100m 올라간 지점으로 자리를 옮겼고 원래 불상이 있던 자리에는 청와대 본관이 들어섰다. 청와대의 심장부가 불상이 50여년간 지켜온 자리에 들어앉은 셈이다.

하지만 자리만 권력의 핵심이었을 뿐, 불상은 잊어진 존재였다. 물론 '깜짝'관심을 끈 순간이 있었다. 김영삼 정부 당시인 1994년 구포역 열차사고 등 대형 사건·사고가 잇따르자, 기독교 신자인 김 대통령이 청와대내 불상을 치워버렸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청와대가 출입기자들에게 불상을 깜짝 공개했던 것. 불상이 세상 사람들에게 잠깐 얼굴을 비친 짧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불상은 금세 세간의 관심에서 다시 멀어져갔다. 지금 불상은 1980년대초 세워진 보호각 하나에 의지한채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 새 정부에서는 바깥세상 구경할까 = 오랜 향수 때문인지, 아니면 모진 비바람 때문인지 불상의 건강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다. 2005년에는 어깨부위 등에서 균열이 발견되는 등 훼손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판명돼 보존처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같은해 9월 조계사에 위치한 불교중앙박물관 개관 특별전에 잠시 모습을 드러낼 뻔 했지만, 훼손 우려가 제기되면서 결국 무산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불상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거나, 박물관에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화재의 추가 훼손을 막고 일반인에게 감상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올초 결성된 민간단체 '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본부'의 최위태 공동대표는 "청와대에 불상이 있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지난달초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가 불상을 불교박물관에 모셔와달라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상이 청와대를 떠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불상의 원래 자리가 어디인지 명확지 않다. 문헌에 나온 경주 유덕사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데다, 유덕사터에서 불상의 좌대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교계도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에 불상을 그대로 두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반환운동'을 전개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심주완 조계종총무원 문화재팀장은 "불상의 제자리를 찾을 수 없는데다, 박물관으로 모셔오는 것도 스님들간에 의견 차이가 있다"면서 "6대4 정도로 청와대에 그대로 두는게 낫다는 의견이 조금 더 많은 상태"라고 말했다.

출처 : 기구한 운명의청와대 미남부처님 의진실
글쓴이 : 마당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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