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이해인 ♣
우리가 가장 믿어야 할 이들의
무책임과 불성실과 끝없는 욕심으로
집이 무너지고마음마저 부너져 슬펐던 한 해
희망을 키우지 못 해
더욱 괴로웠던 한 해였습니다.
저의 허물과 약점을 받아들이고
반복되는 실수를후회하는 일도
이젠 부끄럽다 못해 슬퍼만지는
저의 마음도 헤아려 주십니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보배'라고
늘상 되뇌이면서도
새롭게 주어지는 시간의 구슬들을
제대로 꿰지 못해 녹슬게 했습니다.
바쁜 것을 핑계로
일상의 기쁨들을 놓치고 살며
우울한 늪으로 빠져들어
주위의 사람들까지 우울하게 했습니다.
아직 비워내지 못한마음과
낮아지지 못한 마음으로
혼자서도 얼굴을 붉히는 제게
조금만 더 용기를 주십시오
다시 시작할 지혜를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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