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방 ♣

회복기/이외수

그대는 모르리 2008. 3. 1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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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복 기

        /이 외수

 

나는 이제 사랑을 믿지 않는다
망초꽃 지천으로 흔들리는 벌판
그대 모습 보이지 않고
종일토록 구름 한 장으로 머물러
기다리던 젊은 날

 

나는 이제 그리움도 믿지 않는다
어느새 아름다운 언약들은 망실되고
깊어지는 손금 속으로 저물어가는 세상

 

선명한 이름은
선명한 상처가 되지만
선명한 상처는
선명한 별이 되지 않는다

 

새들은
물기 어린 음표들을 하나씩 물고
헐벗은 내 영혼의 실삼나무를 떠난다

 

사랑은
봄밤에 꿈결같이 내리는 함박눈
내려서 탄식같이 스러지는
소망의 비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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