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방 ♣

돌아가는 길

그대는 모르리 2010. 4. 5. 10:03

 

 

 

 돌아가는 길

 

                                               

 시/이정하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대에게 가는 길이 아니라

      그대를 돌아서 가는 길이었습니다

      갈수록 그대와 멀어지는 길,

      차마 발걸음 떨어지지 않는 그 길을

      나는 가고 있었습니다.


      

      내가 왜 그대에게 가는 길을 모르겠습니까.

      마음으로는 수천 번도 더 갔던 길이라

      눈을 감고도 훤히 알 수 있었지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길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저만치 멀리 서 있는 당신,

      당신은 아시는지요?

      그대에게 가지 못해 슬픈게 아니라

      그대에게 갈 수 없어 슬펐다는 것을.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빈 몸뚱어리로

      그저 발만 내딛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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