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방 ♣

가을 서시

그대는 모르리 2010. 10. 1. 22:32

 

 

 

가을 서시

 

 

맑은 피의 소모가 아름다운
이 가을에,
나는 물이 되고 싶었습니다.

푸른 풀꽃 어지러워 쓰러졌던 봄과
사련으로 자욱했던 그 여름의 숲과 바다를
지나
지금은 살아 있는 목숨마다
제 하나의 신비로 가슴 두근거리는 때.

이 깨어나는 물상의 핏줄 속으로
나는 한없이 설레이며
스며들고 싶습니다.

회복기의 밝은 병상에 비쳐드는
한 자락 햇살처럼
아, 단모음의 갈증으로 흔들리는 영혼 위에
맺힌 이슬처럼.

 

<이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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