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방 ♣

내가 사랑하는 당신

그대는 모르리 2011. 5. 2. 12:42

 

 

 

내가 사랑하는 당신 /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 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였으면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 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였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 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 이였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곳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였음 좋겠어

 

이 세상 어느 한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자취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녁 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뻘을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였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고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였음 좋겠어..

'♣ 친구방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관계  (0) 2011.05.12
꽃잎편지... 허영미  (0) 2011.05.11
안부 내려 놓습니다 ..^^  (0) 2011.04.30
춘경  (0) 2011.04.29
마음속으로 그린 그대  (0) 2011.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