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보도 자료를 정리하다가 재미있는 사진이 있어 몇 장 소개합니다.
‘기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이경민, 중앙대DCRC 지음, 아카이브북스, 값 2만원)’라는 책을 소개하는 보도자료입니다.
근대 기생의 탄생과 역사에 대해 서술한 이 책에는 옛 기생들의 모습들을 담은 빛바랜 사진들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또 우리가 현재 생각하고 떠올리는 기생과 그 이미지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래는 지난 2월에 보도된 관련 기사입니다.
[책]기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 세계일보 200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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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어화(解語花)’. 옛사람들은 기생을 ‘말을 알아 듣는 꽃’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여성은 자기표현 수단을 가질 수 없었던 봉건사회에서 상층부 남성 문화와 교류하며 섬처럼 떠있던 이들이 기생이다. 몸은 천민이었지만 정신은 양반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기생은 예인이라는 이미지보다 성적 존재로 각인돼 왔다.
최근 기생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조선시대 대표적 기녀 황진이를 다룬 소설 ‘나, 황진이’(김탁환 저)와 ‘황진이’(전경린 저)가 관심을 모았고, 연극 ‘그 여자 황진이’도 무대에 올랐다. 기생을 다시 고찰하는 책도 꾸준히 발간되고 있다. 얼마전 막을 내린 전시회 ‘기생전’은 시·서·화의 재능과 지조를 갖춘 교양인으로 기생을 조명했다.
사진평론가 이경민씨의 ‘기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는 일본 제국주의의 통제수단과 시각화로 기생의 이미지가 어떻게 왜곡돼 왔는지 다룬다.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이 제3세계를 그들이 원하는 이미지로 타자화했듯이, 동양의 서양이었던 일본도 조선을 타자화했다. 서구식 오리엔탈리즘에 근거한 인종·문화적 ‘차별두기’에 궁색했던 일제가 새롭게 ‘발견’한 대상이 기생이었다.
일제는 기생 사진을 엽서와 신문, 잡지, 사진첩, 포스터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했다. 기생 이미지 효과는 기생 그 자체로 그치지 않고 조선여성, 나아가 식민지 조선 전체로 이어지는 표상의 연쇄를 만들어냈다. 특히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박람회는 어떤 표상 공간보다 강력한 재현 효과를 낳았다. 책은 풍부한 사진자료를 생산 맥락에 따라 정리해 보여준다.
이런 이미지 속에 박제된 기생들은 기품 있는 예기나 근대여성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반강제로 연출된 억압적인 포즈 속에서 잠재적인 매춘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제는 기생 이미지를 왜곡함으로써 조선 여성을 기생이나 잠재적 기생으로, 조선을 기생관광이나 하는 후진국으로 만들어 식민지화를 정당화했다.
책은 왜곡된 조선과 기생의 이미지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작업을 시도한다. “타자화 과정 속에서 ‘기생-조선 여성-조선 전체’로 이어지는 제유(提喩)의 연쇄가 일어나는데, 기생은 수동적인 조선 여성상으로, 그리고 정체되고 전근대적인 식민지 조선 전체의 이미지로 확대 재생산되었다.
근대에 만들어진 이러한 기생 이미지는 수많은 표상 공간을 통해 유통되면서 식민지 조선인들에게 각인되었고 오늘날 우리에게 그대로 전습되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