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꽃병의 말 /이해인 1 꽃이여 어서 와서 한송이의 사랑으로 머물러 다오 비어 있음으로 종일토록 너를 그리워 할수있고 비어 있음으로 너를 안아 볼수 있는 기쁨에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부르고 싶은 나 닦을수록 더 빛나는 고독의 단추를 흰 옷에 달며 지금은 창밖의 바람소릴 듣고있다 너를 만나기도 전에 어느새 떠나 보낼 준비를 하는 오늘의 나에게 꽃이여 어서 와서 한 송이의 이별로 꽃혀다오 2 꽃들을 다 보낸 뒤 그늘진 한 모퉁이에서 말을 잃었다 꽃과 더불어 화려했던 어제의 기억을 가라 앉히며 기도의 진주 한 알 입에 물고섰다 하얀 맨발로 섰다 아무도 오지않는 텅 빈 가슴에 고독으로 불을 켜는 나의 의지 누구에게도 문 닫는 일 없이 기다림에 눈뜨고 산다 희망의 잎새 하나 끝내 피워 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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