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
지난 7월 29일 지리산골 함양군 휴천 초등학교(폐교)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짚을 집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여기에 모인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바로 자기 집을 자기가 직접 짓겠다는 것이다. 한 여름 작렬하는 태양도 꺾지 못한 이들의 의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씨는 "스트로베일 하우스에 대해 모르고 있을 때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이야기"라며 "다른 것으로 짓는다면 최하 1억5천만원 이상 돈을 들여도 어렵지만 스트로베일이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스트로베일'(사료용으로 만들기 위해 볏단을 일정한 규격으로 묶어놓은 것)을 준비하고, 황토와 폐자재를 모아 모든 공사 자재를 마련했다고 한다. 그가 짓는 집에 들어가는 베일 가격은 250∼300만원 정도지만, 그는 발품을 팔아 150만원에 구입했다고 한다. 집을 짓는 사람은 당연히 이씨, 그리고 인력은 품앗이를 통해 지을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귀농을 준비 중인 김진호씨는 1천만원으로 그림 같은 집을 지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그 가격이면 충분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더구나 처음엔 500만원 정도로 생각했는데, 계획보다 조금 더 들어가게 생겼다고 한다. 그가 지으려는 집도 당연히 스트로베일 하우스다.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저렴한 가격, 높은 냉·난방 효과, 직접 집는 집이라는 3가지 욕구를 충족시켜준다고 한다. 그럼 과연 이들의 꿈이 허황된 꿈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 역시 스트로베일 하우스에 대해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과연 볏짚으로 집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장을 취재하고 나니 그런 의심은 정말 의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웅희씨 역시 집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스트로베일 하우스에 대해 알게 된 후 그 장점에 반해 호주로 날아가 스트로베일 하우스 견학을 가고, 거기서 교육을 받고 돌아와 한국 스트로베일 연구회를 만들었다. 이번에 짓는 집은 동강의 내셔널 트러스트를 시작으로 4번째 짓는 집이라고 한다. 그럼 과연 누구나 할 수 있을까? 첫날 교육을 마친 여성 교육생들에게 '집을 지을 수 있겠냐'고 물었을 때, 그들 대부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다음달 다시 물어보니 고개를 저었던 그들은 고개를 더 이상 좌우로 흔들리지 않았다. 교육 참가자인 조영숙씨는 "(집 짓는 과정) 모두를 할 수는 없겠지만 벽을 쌓고, 창틀을 올리고, 벽을 고정하고, 벽의 미장을 하는 일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이 벽을 쌓는 것까지 배웠다는 것이다. 결국은 배운 것은 자기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집은 전문가가 짓고, 집을 지으려는 사람은 의뢰를 하고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하고, 그들의 손으로 집이 지어졌다. 하지만 이들은 스트로베일 하우스의 경우 집을 짓고자 하는 의욕과 일주일 정도의 교육, 현장실습을 거치면 자기 집을 자기가 직접 지을 수 있다고 한다. 더 이상 집은 전문가의 손에 의한 것이 아닌 것이다.
이미 유가는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선 지 오래다. 고유가 시대의 걸맞은 집은 당연히 단열이 뛰어난 집이어야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단열이 뛰어난 집들은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스트로 베일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난방 효과는 그 어떤 주택보다 좋다고 한다. 스트로 베일은 두께는 평균 약 49cm다. 거기다가 3중으로 흙을 바르는데, 보통 3∼6cm 정도다. 내벽과 외벽을 황토로 바르고 나면 벽의 두께는 60cm 가까이 된다. 볏짚이라는 소재에다 황토까지 더하다 보니, 난방이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따뜻하다고 하다. 실례로 경주에 지은 집의 경우 작년 영하 5도까지 내려가는 추위에도 보일러를 외출로 틀어도 따뜻하고, 여름에는 선풍기가 필요한 이유를 잘 모를 정도로 시원하다고 설명한다. 시골에서는 볏가리가 많았던 예전에 겨울 날씨가 추우면 볏가리 속에 들어가 겨울을 보낸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 중에 얼어 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직선이 아닌 '곡선' 집에 살면 마음도 둥글어지는 것은 당연 도시의 빌딩과 아파트, 그리고 콘크리트 건물들은 차가운 시멘트와 직선으로 이루어졌다. 부드러운 곡선을 사랑했던 민족의 정서는 도시화의 물결 속에 시작된 아파트의 건설로 직선화되었다. 이렇게 도시의 직선이 늘어날수록 삶의 여유는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사람들의 관계마저 직선적으로 바뀌고 있다. 옛날 사람들은 집을 보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집에 살기 때문인지 사람들의 생각도 획일화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와 달리 볏단으로 지은 집은 그 소재의 특성상 따뜻하고 부드러운 곡선을 가지고 있다. 모서리도 각진 모서리가 아닌 둥글게 마감이 되고, 창틀도 부드럽게 곡선으로 이어진다. 소재가 부드럽게 때문에 자기가 둥글게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둥글게 처리가 가능한 것이다. 부드러운 둥근 집에 살면 마음도 둥글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스트로베일 하우스 장점,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어
하지만 이런 스트로베일에도 약점이 있다. 바로 '방수'다. 소재가 볏짚이다 보니 방수가 가장 힘이 든다. 하지만 교육대로만 집을 짓는다면 방수도 걱정이 없다. 그래서 스트로베일 하우스는 다른 집과 다르게 방수에 대해 많은 부분을 신경을 써서 짓는다는 현장지원팀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꼭 새겨들어야 한다. 또 비가 많이 오지 않는 봄과 가을에 집을 짓는 것도 요령이라고 한다. 그리고 처음 이 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갖는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바로 '집이 단단하기는 할까?'라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대학의 연구팀에서 연구한 결과, 340km 이상의 태풍에도 튼튼하다는 결과가 있으며, 벽 자체가 이어지는 형태가 아닌 별개의 구조로 되어 있어 충격에도 강하다고 한다. 모 침대 광고처럼 베일 하나가 일체식이 아니어서 충격에 강한 것이다. 더불어 안팎으로 발라진 황토가 굳게 되면, 그 자체가 튼튼한 벽 역할을 해준다고 한다. 실재로 세워진 벽을 주먹으로 쳐보니 단단하기가 마치 돌덩이 같았다.
만약 자기 집을 지을 열정이 있다면 스스로 집짓기에 나서 보기 바란다. 교육참가자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살기 좋은 집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안 알아본 집이 없다"면서 "결국은 스트로 베일 하우스가 가장 인체에 좋고, 환경에도 좋고, 돈도 절약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고 말했다. |
출처 : 전원희망(田園希望)
글쓴이 : 산정 山頂 원글보기
메모 :
'♥ 자료방 2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정겨운 추억의 고향 초가집.. (0) | 2007.01.17 |
---|---|
[스크랩] 오막살이~ (0) | 2007.01.17 |
[스크랩] 황토벽돌 한증막 (0) | 2007.01.17 |
[스크랩] 전통 초가집짓기 기술 (0) | 2007.01.17 |
[스크랩] 구경거리 무지무지 많아요. (0) | 2007.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