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리 2 ♣

산행실로(山行失路)/이식(李植)

그대는 모르리 2010. 12. 11. 19:04

 

 

산행실로(山行失路)/이식(李植)

산길 가다가 길을 잃고

招提當止宿(초제당지숙) 
절에 오면 머물러 묵어야지
策馬且何之(책마차하지)
말에 채찍질하며 어디로 가려나
不是忘前跡(부시망전적) 
옛길 잊어서가 아니라
居然惑衆岐(거연혹중기) 
편안히 가다가 갈림길 헷갈렸구나

 
始思行直遂(시사항직수) 
처음 생각에 곧장 가면 되리라 하였더니
俄覺勢參差(아각세삼차)
잠시 후에 삐뚤빼뚤 어긋남을 알았도다
忽入幽崖險(홀입유애험) 
그윽한 낭떠러지 깊이 빠져 들었다가
旋登峻嶺危(선등준령위) 
길 돌려 올라서면 산등성이 험악하다.

 
搜深猶跼蹐(수심유국척) 
깊은 골짝 뒤지느라 여전히 몸 굽히고
逢坦枉奔馳(봉탄왕분치)
평탄한 길 만나서는 잘못 마구 달렸도다
指畫終非是(지화종비시) 
동서남북 가려좌도 결국은 잘못된 길
回環復在玆(회환복재자) 
돌아오면 다시금 제자리였도다

 
樹林紛壅蔽(수림분옹폐) 
수풀은 어지러이 앞길을 가로막고
巖磴互撑支(암등호탱지) 
바위 틈새 서로 엇갈려 붙어있도다
側聽猩㹳嘯(측청성㹳소)
옆 귀에 원숭이 휘파람 소리 들리고
虛疑虎豹窺(허의호표규) 
어디선가 범과 표범 엿보는 듯 의심된다

 
衣冠遭掛罥(의관조괘견) 
옷이며 갓이 덫에 걸려 찢어지고
僮僕怨飢疲(동복원기피) 
사내아이 종은 배고프고 피곤하다 원망한다
飁飁驚秋雨(습습경추우) 
후두둑 가을비에 놀라니
凄凄起晚颸(처처기만시)
처량하여라, 저녁나절 바람마저 싸늘하다

 
頭風增眩轉(두풍증현전) 
골머리는 지끈지끈 갈수록 어질어질
腋汗動流滋(액한동류자) 
걸핏하면 겨드랑이 후줄근히 땀 흐른다
稍自逢樵竪(초자봉초수) 
그러다가 조금씩 나무꾼 만난 뒤로
因緣指野逵(인연지야규) 
가느다란 길섶 따라 넓은 들판 돌아든다

 
江天却東豁(강천각동활) 
강 같은 하늘 문득 동쪽으로 툭 터져
山日已西欹(산일이서의) 
산의 해는 이미 서쪽에 걸렸도다
道固皆如是(도고개여시) 
길이란 본시 모두 이와 같으니
人多未信斯(인다미신사) 
사람들은 대부분 믿으려 하지 않는구나


一條寧絶遠(일조녕절원)
한 가닥 인생길 어찌 이와 멀리 있으리
千里本毫釐(천리본호리) 
천 리의 차이도 머리털 하나의 차이 뿐이도다
嘆我回車晚(탄아회거만) 
나 역시도 늦게야 바른 길 찾았으나
蕭蕭兩鬢紛(소소량빈분) 
쓸쓸하구나 양 귀밑머리 다 세어 버렸도다.

 

 

출처 :일촌 불 원문보기   글쓴이 : 목우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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