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방 ♣

내 마음의 다락방

그대는 모르리 2007. 5. 6. 01:49
 



내 마음의 다락방 - 황여정
어스럼 내리는 저녁 
창가에 앉으면 
이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것 없다 
밝음속에서 
각각의 모습으로 나타나던 
그 모든 것들이 
발목부터 차오르는 어둠에 잠기며 
서로가 서로에게 
감싸이듯 젖어드는 화평의 시간 
일상에서 벗어난 
그 곳에 열리는 조그만 다락방 하나  
매일의 일상생활에 필요치는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버리지도 못하는  
하나하나 시간의 역사를 안고 있는 물건들같이 
살아간다는 건 
개인의 역사를 간직하는것이고  
굳이 보듬고 살아갈 이유도 없는 일들이 
액자처럼 걸려있는 내 마음의 다락방 
은사시나무에 쏟아지는 달빛같은 기억도 
소나기처럼 순간을 스쳐가는 짧은 그리움도 
끝나지 않을 터널속을 
걸어가는 것 같은 암울한 날들도 
지금 다시 되돌아보면 
풀꽃 자욱한 들판처럼 아름답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