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방 ♣

그냥 / 이승희

그대는 모르리 2008. 3. 3. 14:23


 





그냥

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아니면
그냥 이라는 말로 덮어 두고픈
온갖 이유들이 한순간 잠들어 있다.
그것들 중 일부는 잠을 털고 일어나거나
아니면
영원히 그 잠 속에서 생을 마쳐 갈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그냥 속에는 
그냥이 산다는 말이 맞다.
그냥의 집은 쓸쓸 하겠다.
그냥 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입술처럼 그렇게.

 


그냥
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깊은 산 그림자같은, 속을 알 수 없는 어둔 강물 혹은
그 강물 위를 떠가는 나뭇잎사귀 같은 것들이 다 그냥이다.
그래서 난 그냥이 좋다. 그냥 그것들이 좋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그 마음들의 물살이
가슴에 닿는 느낌이 좋다.
그 
그냥 속에 살아가는 당신을 만나는 일처럼



 



그냥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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