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7년 9월 9일(일요일) 오전 7시 40분 산행대장 : 송 상출 (011-587-8933) ※꼭 챙기셔야할 준비물: 점심. 물. 시원이 소주한병. ※당일 사정에의해 산행코스가 바뀔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
속리산(俗離山)은 산과 무관한 장삼이사(張三李四)일지라도 아스라한 추억이 담긴 곳이다. 바로 중학교 까까머리 시절, 단골 수학여행지로 한 번쯤은 넉넉한 이 산의 품에 안겨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만 들어도 포근하게 다가오는 것일까.
하지만 열에 아홉은 속리산에 대해 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서일까. 기껏해야 문장대와 산에 도달하기 직전 반복되는 고갯길 정도가 전부라면 전부. 동장군의 기세가 한 풀 꺾인 푸르른 어느 날 산행팀은 학창시절의 옛 추억이 담긴 속리산을 찾았다. 그 때 그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려 무진장 애를 쓰면서. 꼬불꼬불 고갯길인 말티재를 넘고 그 유명한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을 지나 도달한 속리산은 전형적인 바위산. 멀리서 바라보면 온통 울퉁불퉁한 바위로 하늘선이 그어질 정도. 충북 보은군과 괴산군, 경북 상주시에 걸쳐 있는 속리산의 신라시대 이전 이름은 구봉산(九峯山). 주봉인 천황봉(1058m)과 비로봉(1032m) 문장대(1033m) 입석대 등 아홉 개의 봉우리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속리산은 계절에 관계없이 많이 찾는 산 중의 하나. 봄에는 산벚꽃, 여름은 푸른 소나무숲, 가을엔 만산홍엽 단풍, 겨울의 설경 등 언제나 한 폭의 동양화를 담을 수 있을 만큼 산세가 수려하다. 산행길은 크게 두 가지. 법주사 코스와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 코스가 그것. 산행팀은 학창시절 한 번 와봤던, 그러나 정확한 기억이 없는 법주사 코스를 택했다. 매표소~법주사~임도~태평양 휴게소~탈골암 갈림길~목욕소~세심정~복천암 갈림길~용바위골 휴게소~보현재 휴게소~중사자암 갈림길~냉천골 휴게소~정상 휴게소~문장대~청법대~신선대(휴게소)~경업대~관음암~금강 휴게소~삼거리~비로산장~세심정~법주사 순. 5시간 정도 걸린다. 겨울은 해가 짧은데다 속리산 일대는 모두 눈길이어서 주봉인 천황봉을 경유하는 긴 코스는 권하고 싶지 않다. 매표소를 지나면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 일명 오리숲. 2㎞ 남짓해 오리(五里)숲이란다. 일주문을 지나 숲이 끝나는 삼거리 지점에 법주사가 있다. 문장대로 향하려면 오른쪽 임도를 택한다. 임도 오른쪽엔 만남의 쉼터 심우정이, 왼쪽에는 상수원인 저수지가 있다. 꽁꽁 얼어 있다. 다리 건너 태평양 휴게소와 탈골암 갈림길을 잇따라 지나면 목욕소(沐浴所). 조선 세조가 이 곳에서 목욕을 한 후 오랜 신병이던 종기가 사라졌다는 곳이다. 계곡을 끼고 더 오르면 숲 사이로 휴게소가 보인다. 세심정(洗心亭)이다. 마음을 씻는 곳이라 하지만 매점이다. 이 때부터 서서히 오르막이 심해진다. 10분 뒤 웃음을 머금게 하는 다리를 만난다. 평범한 다리지만 이름이 독특하다. 교량입구에 ‘이뭣고다리’. 또 다른 쪽엔 ‘이뭣고다리’의 한자표기인 ‘시심마교’(是甚멳橋)가 적혀 있다. 뭔가 깊은 뜻이 있을 법하지만 돈오(頓悟)하지 못하는 무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곧이어 용바위골 휴게소. 이 때부터 본격적인 산길이다. 보현재 휴게소를 지나면서 재밌는 산길이 이어진다. 비탈진 철계단을 한참 내려가는가 하면 산모롱이 언덕배기를 돌면 큰 바위를 에도는 오르막길이 반복된다. 냉천골 휴게소를 거쳐 나무다리를 지나면 저 멀리 문장대가 보이기 시작하고, 여기에서 20분 뒤면 문장대에 도착한다. 법주사에서 대략 2시간 정도 걸린다. 예나 지금이나 속리산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명소다. 본래 ‘구름 속에 늘 묻혀 있다’해서 운장대(雲藏臺)라 불렸으나 세조가 자주 올라 시를 읊었다 하여 문장대(文藏臺)라 불리게 됐다. 문장대를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문장대에 서면 일망무제의 탁 트인 조망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서쪽 천길 낭떠러지 너머로 관음봉이 손에 잡힐 듯하고, 남서쪽으론 문수봉 신선대 비로봉 천황봉 소천황봉이 나란히 시야에 들어온다.
하산은 천황봉 또는 신선대 방향. 기복이 제법 심한 내리막 암릉길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집중을 요한다. 암릉길을 지나면 채 녹지 않은 눈과 푸른 산죽, 그리고 주변 경관까지 한데 어우러져 엉덩방아를 한 번 찧어도 즐겁기만 하다. 신선대까지는 대략 35분 정도. 400m 뒤엔 갈림길. 천황봉은 왼쪽, 경업대는 오른쪽 방향. 경업대 방향으로 하산한다. 원래 입석대 비로봉을 거쳐 천황봉에 오른 후 하산하는 것이 법주사 코스의 종주산행이지만 당일치기일 경우 천황봉은 시간상 제약이 따름으로, 겨울철에는 삼가하는 것이 좋다. 경업대까지 가는 길도 경사진데다 얼어 있으니 유의하자. 속리산 9대(臺) 중의 하나인 경업대는 조선시대 명장 임경업이 스승인 독보대사와 함께 7년 동안 수도한 곳. 이 곳에 서면 왼쪽 저 멀리 입석대와 비로봉을 찬찬히 감상할 수 있다. 곧 관음암 갈림길이 나온다. 이 곳은 꼭 들리자. 세심문이라는 볼거리가 하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겨우 통과 가능한 바위와 바위 사이 간격인 세심문은 길이가 20m는 족히 넘는다. 하산길은 이제 막바지. 금강골 휴게소를 지나면 계곡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주변 경관도 빼어나다. 바로 금강골이다. 계곡을 따라 이어져 내려오는 오솔길은 포근하기까지 하다. 곧 계곡 건너 비로산장이 보인다. 금강골의 명물이다. 40년된 유서 깊은 산장인 이 곳만을 찾기 위해 속리산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한다. 세심정에서 10분 거리.
이후부터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된다. 세심정에서 법주사까지는 40분 정도 걸린다. 시간이 난다면 법주사 구경도 잊지 말자. 법주사엔 팔상전과 쌍사자 석등, 석련지 등 국보 세 점과 마애여래불상 등 보물 여덟 점, 그리고 높이 33m의 금동미륵대불 등 볼거리가 특히 많다. ◇ 속세에 찌들린 속리산 “5시간 남짓한 산행 코스에 휴게소, 그것도 컵라면 등 국물이 있는 음식물을 파는 곳이 8군데라니….” “정말 국립공원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로 휴게소 관리가 방만하다. 모두 없애고 산꾼들을 위한 산장 1, 2곳을 만들면 좋을텐데.” 속리산 산행을 마칠 무렵 국제신문 산행팀과 동행한 몇몇 부산 산꾼들의 속리산 산행에 대한 소감이다. 과연 그랬다. 기자가 봐도 휴게소가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태평양 세심정 용바위골 보현재 냉천골 문장대(정상) 신선대 금강. 모두 휴게소 이름이다.
무엇보다 모순되는 점은 등산로 입구에 ‘상수원 보호구역 저수지’와 그에 따른 일반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계곡에 철조망을 둘러놨지만 정작 바로 옆에는 국물 있는 음식물을 버젓이 팔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는 점. 그것도 불과 10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간이 정화조만 설치해 놓고. 세심정 휴게소 앞에는 보은군수 명의로 오물을 버리는 행위,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행위 등은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는 커다란 알림판까지 세워 놓고 있다. 이 정도라면 차라리 참을만했다. 한 발 물러서서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피해는 주지 않으니까. 휴게소 앞을 지나면서 강제로 들어야만 하는 상인들의 호객행위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 더욱이 한 휴게소에선 아예 드러내놓고 속리산 명물인 솔잎술을 한 번 마셔보고 사라는 강요까지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문장대 앞 정상 휴게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음 수준의 유행가 음악 소리. 2시간 동안 땀을 흘리며 올라 활짝 웃어야 할 곳에서 귀를 막아야 되는 장면은 차라리 비극이다. 속리산(俗離山). 이름 자체가 속세를 떠난다는 뜻 아닌가. 귀를 막아야 하는 그 순간만은 속리산을 어서 빨리 떠나야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속리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문의를 했다. 그들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속리산 주변 대부분의 토지가 온통 사유지라는 점이다. 보은쪽 속리산은 대부분 법주사 소유이고, 상주쪽 속리산은 대구의 모 교육재단 부지이다. 이와 관련 국립공원 관계자는 “5년전쯤 휴게소와 연관이 있는 법주사와 모 교육재단, 보은군, 상주시 관계자가 휴게소 철거와 관련된 모임을 가졌지만 이권 문제가 걸려 있어 현실적으로 타결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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